시인이정관 수필/핏줄이라면

수필/핏줄이라면/종합문예유성

입력시간 : 2019-08-02 05:14:12 , 최종수정 : 2019-08-02 16:34:47, 종합문예유성 기자


밤과 낮, 간절기는 제 몫을 제대로 한다. 세상사는 대소사가 치렁거리는 북새통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부산스럽다 보니 밝아오려던 미명에도 뿌옇게 미세먼지가 치렁치렁 붙었는가, 햇살은 퍼져나갈 생각도 안 한다. 그래도 아침 해라도 옹골차게 떠올라 주어야 찌푸린 서민의 얼굴이라도 밝게 보일 텐데 아쉽다. 요즘은 신바람 나는 일이 없다. 삭신은 구석구석 쑤시고 욱신거리면서 병원 좀 가자고 재촉을 해댄다.

 

청량리역을 지나치려는데 병원 입구에 젊은 여성 분이 서 계셨다. 택시 문이 열리면서 이른 새벽 찬 기운이 파도처럼 밀고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면목동입니다"병원 퇴근하시나 봐요"아뇨, 할머니 병원에 계셔서 있다가 가는 거예요"아이고, 피곤하시겠다." 택시는 찬 공기를 뚫고 녹색 신호등의 인사를 받으며 달려가고 있었다.할머니가 아프신가 봐요"많이 좋아지셨어요. " 잠시 머뭇거리던 손님의 말은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 밝은 톤으로 계속 이어졌다 "할머니가 저를 예뻐하세요. 그리고 제가 있으면 편하시데요. 이틀에 한 번 왔다가 가요"안 피곤하세요." "올 때마다 할머니 씻겨드리고 머리 감겨드려요 시원하다고 엄청나게 좋아하시고 해 온 반찬도 잘 잡숫고 하셔서 기분이 좋아요내 감정 속에서는 자손으로 해야 할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요즘 현실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는 맑고 고운 처자였다


"부모님은 바쁘신가 봐요"하루가 엄마가 하세요. 아빠는 여자들이 다 하는 거야 그러시면서 자기는 병원에 와 보지도 않아요. 자기 엄마인데도 말에요그러면서 젊은 여성 손님은 활짝 웃었다"  "직장은 안 다니시나 봐요"  "아뇨, 저 지금 집에 가서 바로 출근 준비해야 해요. 오늘은 회사에서 꾸벅꾸벅 조심스럽게 졸아야죠." , 밝은 웃음을 지닌 아름다운 숙녀가 아니라 천사라 해야 할 것 같다 뿌옇게 덮인 미세먼지가 훅 날아갈 것 같았다건강 잘 챙기시고 할머니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네요"고맙습니다. 아저씨 안전 운행하세요."  기분이 너무 좋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보약이라는 걸 다시 알았다.


며칠 후 제법 봄꽃들이 예쁜 짓을 하는 요즘이다 한 청년이 급히 손을 든다"감사합니다. 서울대병원입니다""알겠습니다. 누가 아프신가 봐요잠시 숨을 몰아쉰 청년은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하세요. 밤에 장사하고 가는 중이에요"피곤해서 어떡해요청년은 밝지만은 않은 엷은 미소로 답한다.


주말엔 할머니와 손녀가 탔다 "강변역 버스터미널입니다""할머니 서울 왔다 가시나 봐요"아뇨, 손녀랑 12일 속초로 여행갑니다"할머니의 우쭐한 마음이 담긴 대답이었다1년에 서너 번 정도 단둘만의 여행을 간다고 한다, 좋으시겠다.사랑이 담긴 효도가 별거 있던가?유쾌한 할머니와 손녀의 여행을 박수로 축하해 드렸다, 행복하세요.

 

이렇게 또 배운다.세상살이는 늘 배우는 것이다. 세상이 배움터이다황혼에 젖어가며 바랄 것이 뭐 있겠는가그래서 힘에 겨워도 날이 밝으면 다가올 무언가를 두근두근 기다릴 때도 있다자식 같은 젊은 사람에게서 자신을 돌아보라는 언질을 오늘도 들었다.


할아버지 소리에 고개가 돌려지고 안면에 웃음이 가득 넘쳐나는 일에 익숙하게 된 지도 벌써 몇 년째이던가,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된지도 제법 되었네.먼저 실천을 해야 한다 대우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사람다움을 알려 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부모가 온 효자여야 자식이 반 효자라는 속담이 있다 삼도(三道)란 부모에게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 ()부모를 봉양하라는 뜻 () 돌아가셨을 때 전심으로 다 하라는 뜻() 차례를 잘 지내라는 뜻부모가 있어 내가 존재하는 것이 다보지도 못한 조상 잘 섬기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내 부모에게 자식답게 살았으면 싶다.


자신이 올바르게 살아야 대우를 받는다자신이 자신을 다듬어야 인정을 받는다최소한의 나, 나 만큼만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말보다는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즐겁게 살았으면 참 좋겠다







[종합문예유성신문 편집국 지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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