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규시인 땅에 심은 행복/수필

땅에 심은 행복 노자규시인 / 수필 종합문예유성

입력시간 : 2019-10-12 16:50:41 , 최종수정 : 2019-10-21 13:40:57, 종합문예유성 기자



땅에 심은 행복


때 이른 오후

회색 도시에 걸린 침묵을 깨고

분주한 손길들이 배고픈 이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허기지고 마음 저린 이들에게

고향 같은 행복을 주는 곳이랍니다

am 12:00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한 끼 식사로

허기진 마음마저 달래주는 이곳엔

자 차례대로 줄을 서세요

충분히 드실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마세요

그림자조차 무거운 그들은

고여버린 세월에

먼지 소복이 쌓인 지난날의

얼어붙은 상처들을 매달 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밥 한술은

휘어진

등줄기 따라 흘러만 갈 뿐입니다

그들도 한때는

손등에 먼지가 이는 삶이

전부는 아니었을 테지만

이젠 상실에 아픔만 등허리에 얹고

사는 신세다 보니

빈자리가 할퀸 자국이

턱밑에선

주름이 되어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식사할 수 있는 자리마다

저마다의 사연들은

식탁 위에 젓가락들처럼

나란히 놓여있을때

할아버지 천천히 드세요

체하시겠어요

그냥 드시길 미안해서인 건가요

할아버지가 떠난 자리엔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가

"밥을 먹었냐고.."

"아파도.. 괜찮냐고

삶의 끝자락에 와있는 그들에게

누구 하나 묻는 이 없다며

말하는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그리운 건 밥보다 사람인데 말이죠

해묵은 침묵이 쓸고 간 자리

무슨 일인지

급식소 문이 닫혀 있습니다

내려진 셔터에는

하얀 벽보가 나부끼고 있을 뿐

누구에겐 간절한 한 끼의 식사로

희망을 주었던 곳이 말입니다

무허가로 무단 점거하였기에

0000시까지

시설물을 철거해주시기 바랍니다

00 구청장 백



인생조차 무허가가 아닌 그들에겐

아픈 이들의 약봉지와 같이

늘어만 가는 배고픔만

희망을 잃은 거리에

소복이 쌓여만 가고 있던 어느날

한낮에 태양이 거리를 활보하더니

맞은편 고물상에

눈에 익은 시설물들이 들어섭니다

하얀 김 내뿜으며

설익은 밥을 푸는 사람들과

도마 위에

행복의 두드림이 익은가는

나눔에 급식소가

다시 문을 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름에는 얼음 생수가

겨울에는 연탄의 나눔으로

더 큰 희망을

이어가는 그곳이 말입니다

어느새

새하얀 희망을 매달고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드는 사람들 속으로

내뿜는 연기보다 행복의 기쁨들이

더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배 많이 고프셨죠?...”

영영 문을 못 열 줄 알았는데...

미안함에 말문을 흐리는 그들에게

어르신들...그동안 못 드신 거

오늘 많이들 드세요 라며

허기진 그들의 가슴에

다시 희망을 심어 가면서 말이죠

그때 말없이

행복이 드나드는 대문 앞에서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한 분이 계십니다

피난 내려 와 평생을

리어카 행상으로 모은 돈으로

고물상을 하신 그자리를

헐벗고 배고픈 이들에게

선뜻 자신의 땅을 내주셨던 것입니다

나도 라면 한 개로

사흘을 버틴 적도 많았어....

그래서

배고픈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어

암 없고말고..,,“

행복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며

하루 더 버텨볼 꿈과 희망을

한 줌 주머니 속에 담아가는

그들의 입에서는

할머니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가 건네지고 있었습니다

정은 외로울 때 그립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지듯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자리

그 자리에

늘 있어 주는 그들이 있어

행복은 늘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종합문예유성 부산지국장 정태규]

[종합문예유성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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