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전(傳)해준 학교폭력

입력시간 : 2019-08-19 09:15:00 , 최종수정 : 2019-10-28 04:19:28, 국정일보 기자



아이들의 문화는 어른들의 문화를 닮기 마련이다. 어른들이 사회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아이들은 좋든 싫든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살며 배워나간다. 인터넷의 보급과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아이들은 어른들의 문화를 접하기 쉬워졌고, 더 빨리 더 쉽게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좋지 못한 문화를 더 빨리 배운다는 것이다. 서열, 차별, 권력과 같은 어른들의 나쁜 문화가 학교에서도 고스란히 보인다.


작년 4월경, 경기도 안성의 모 면장이 갑질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문제의 면장은 9급 운전직 주무관에게 갖은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고 사적으로 일을 부렸다. 주무관은 면장의 등쌀에 못 이겨 관용차로 술 취한 면장의 귀가를 책임졌으며, 감사에 걸리지 않기 위한 명목으로 사비로 관용차 기름을 충당해야 했다. 면장의 갑질을 견디다 못한 주무관은 결국 사직했고, 안성경찰서에 면장을 고소하면서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한편, 한 때 ‘빵셔틀’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모 인터넷사이트에서 확산된 이 용어는 음식인 ‘빵’과 인기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수송기 이름인 ‘셔틀’을 합성한 말이다. 교내에서 힘 있는 아이들이 힘없는 아이에게 빵이나 과자를 사오라 시키며 사적으로 부리는데, 이런 힘없는 아이들을 ‘빵셔틀’이라 부른 것이다. 이처럼,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의 행태는 우리 어른들의 갑질문화와 무척 닮아있다.


어른들의 갑질문화나 아이들의 학교폭력 모두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에서 갑질문화라든지 학교폭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위아래를 철저히 구분 짓고 나보다 아래인 사람에게는 업신여기고 함부로 해도 된다는 교만한 생각에서 그런 행태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지난 2013년 SBS에서는 ‘학교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시사다큐멘터리를 방영하였다. 당시, 학교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맡았던 천종호 판사의 재판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줬다.


학교에서 폭력을 일삼던 아이들은 자신보다 강자인 판사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든 판사에게 잘 보여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나 만화 등을 통해 흔히 봐왔던 위풍당당한 일진의 모습을 법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권력과 서열부터 배워나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2월 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올해 7월 16일자로 시행 중에 있다. 우리 사회에 갑질문화가 만연했다는 반증으로써 씁쓸한 현실인 한편, 잘못된 사회문화를 정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여 다행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것은 우리 어른들이다. 학교폭력 문제를 아이들의 개인적인 일탈문제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책임한 생각이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 했다. 학교폭력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전(傳)한 못된 문화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에 앞서 우리 어른들의 못된 문화를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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