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피해 3년차, 나 몰라라 정치권에 울분 토로/최규환 본부장

기자수첩’

입력시간 : 2019-11-18 22:03:48 , 최종수정 : 2019-11-18 23:42:37, 경찰일보 기자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발생 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분노와 원망이 수습되기는커녕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지진관측 사상 역대 2번째 규모인 5.4지진(포항시 북구 북쪽 7.0㎞에서 발생)은 인명피해 118명(사망 1, 부상 117), 이재민 2천여명, 시설 피해 5만6천566건, 피해 추정액 3천323억원(한은 포항본부)에 이르는 지역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다.


규모 2.0 이상 여진이 100회나 이어졌고, 시민 41.8%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는 등 지진 충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간접적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인구 감소가 첫 번째다. 지진 바로 전달인 2017년 10월 51만4천123명이던 포항시 인구가 올 7월에 50만8천442명까지 줄어 50만명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


자칫 50만명선이 무너지면 2개의 구청도 문을 닫아야 하는 등 시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도 추락하게 된다. 2017년 연간 35만명이 찾던 관광객도 2018년에는 10만명으로 내려앉았다. 아파트 가격도 전용면적 85㎡ 기준 최고 1억여원이 하락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촉발지진 결론에도 책임자와 사과 한마디 없고, 특별법안은 국회 상임위 소위서 낮잠 자고 있으며, 천문학적 지진 피해액에 포항 경제는 추락하고, 정부 수습노력은 겉도는 상황에,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치우쳐  주민들은 “이젠 지쳐 포기 상태”로 보인다.


“정부가 우릴 버렸다”, “국회도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 포항 지진피해 가족과 시민 3000여 명이 지난달 30일 국회까지 찾아가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에 항의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2년 가까이 지진피해를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지진 발생 이후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장관, 당 대표 등이 잇따라 찾아와 온갖 생색을 다 냈지만 안전 대책이나 정부 배상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지금도 지진의 피해가 가장 컸던 흥해읍의 흥해체육관에는 지진 피해 주민 90세대, 205명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 주민들도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하루하루를 힘들에 보내는 등 극심한 불편 속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게 됐다.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몰돼 민생을 돌보지 않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는 200여 개의 텐트가 여전히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쳐져 있다. 2년전 지진 발생 때의 모습 그대로이다.


체육관 여기저기 걸려 있는 ‘이게 나라냐 언제까지 방치할 거냐’, 1평 남짓한 텐트는 좁고, 건조했다. 이순옥(73·여)씨는 “이게 개집이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은 아니다. 짐승도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우리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며 “정부가 멋대로 지열발전소를 지어 놓고 그 피해는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나도 내 집에서 자고 싶은데 집이 무너지고 비도 새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이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울먹였다. 최모(80·여)씨는 “10년 동안 폐지를 수거해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했고, 그곳에서 살면서 나는 매일 행복했다”며 “이곳에서는 몸과 마음이 매일 아프고, 약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불평했다.


김모(67)씨는 “시장, 대통령, 국회의원은 지진 발생 직후에 사진이나 찍으러 왔지 그 뒤에는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며 “정작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잘 살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서 이러한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특별법의 경우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2건을 시작으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과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으나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여야가 원론적 측면에서는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각론격인 포항지진 특별법 내용을 놓고는 서로 부딪히고 있다.
책임자 처벌 및 손해배상을 위한 ‘11·15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 역시 지난 10월 14일 2차 변론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열렸으나, 피고 측인 정부와 넥스지오 측 변호인들은 의미 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만 보였다.


최대 피해지인 흥해읍의 한 주민(61)은 “특별법이니 보상이니 그런 것들은 잘 모르겠다”면서 “지진이 인위적으로 발생했으니 분명 책임자가 있을 것이고, 그 책임가 나서서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아직 없다는 허탈감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원식 공동위원장도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는 것을 알기 원한다”면서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계기로 빠른 원인규명이 이뤄지고, 특별법도 속도를 내 지진 수습이 신속하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피해 3년차, 나 몰라라 정치권에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경북주재 본부장 : 최 규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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